작년 오늘



외할아버지께서 돌아가셨다. 임종을 지킨 건 처음이었다. 그러니까 내 눈 앞에서 할아버지는 돌아가셨다. 몸뚱이는 그대로인데 무언가가 어디론가 가버리셨다는 얘기. 무언가가 어디론가. 내가 알 수 없는 일이 내 눈 앞에서 일어났는데, 나는 그것을 살아있는 동안 절대로 이해하거나 믿지 못할 것이다. 즉, 한없이 냉정한 현실. 원래 현실은 그렇다. 어쩌면 믿음이란 감각기관에 의존해야 하는 것이 아니다. 믿고 싶은 것이라면 무엇이건 그냥 내가 믿어버려야 하는 것이다. 과정이 믿음이다. 아무튼, 굳이 마리오 바바의 말을 떠올리지 않더라도, 죽음이란 탄생보다 훨씬 진폭이 크다. 누구나 거역할 수 없고, 누구나 다른데, 아무도 모르며, 다만 각자의 마음 속에서 그냥 그대로 믿어버리는 것.

아무튼 나는 삼일밤을 샜고, 집으로 돌아온 뒤, 삼일동안 어디에 갔었냐며 다그치던 한 아가씨와 헤어졌다.

베르히만이 죽었을 때, 나는 먹먹했다. 그 빠싹 꼴은 노인네의 공포심. 체스두러 오는 저승사자를 맞이했을 그의 앙상한 손가락이 덜덜 떨렸을 것이다. 젊었던 시절 수많은 아가씨들을 농락했었을지라도 정작 끝끝내 공포스런 외로움을 떨치지 못했을꺼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슬픈 운명. 손에 잡을 수 없기 때문에 계속해서 달려들 수 밖에 없다는 그 운명을 왜 회피하지 않았을까? 회피할 수 없었을까? 하지만 그는 아마도 떨치지 못하리라는 것을 알기에 계속해서 스스로의 두려움에 메스를 댔다. 외치고 속삭였다.

그런 의미에서 나 역시 죽음이 아닌 모든 순간, 내 앞에 놓여 지각할 수 있는 것 대신에,
그것을 인식하고 있는 나 자신을 이해하고 믿으려 할 것이다.

끝끝내 절대 이해하지 못하고 믿지 못하겠지만,




* 오늘은 2008년 최악의 날이다. 아무 일도 손에 잡히지 않는다.



by yjham | 2008/07/21 21:24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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